역대 최장기간 산불로 꼽히는 울진 산불 발생 이후 한달이 흘렀습니다. 열흘 간의 화재로 축구장 2만182개 규모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고 주택 327채가 불에 타면서 466명의 이재 민이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최근 한 달간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국 각지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에도 강원도 양구, 정선 등에서 산불이 발생해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어야 했습니다.
산불의 직접적인 원인은 인간의 실수지만 이처럼 산불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진압에 어려움을 겪는 진짜 이유는 바로 비가 좀처럼 오지 않는 건조한 날씨, 근본적으로는 전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입니다.
지난해 발표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보고서는 21세기 중반까지 지구 평균 기온이 계속 올라가면 극한 고온 현상이 과거보다 더 자주 발생하고 이는 가뭄과 사막 화, 해수면 상숭, 물 부족 같은 더 많은 재해로 이어질 거라고 지적합니다. 또 세계보건기구 (WHO)는 매년 15만명이 기후재난으로 사망하고 있고 2030년부터는 연간 25만명으로 늘어날 거라고 경고합니다.
기후재난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려 하는 기후난민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2100년이 되기 전 인도양의 몰디브, 태평양의 투발루, 마셜제도, 키리바시 같은 섬나라들 다수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대부분 재난에 대비하거나 복구하는 비용을 부담하기엔 취약한, 개발도상국입니다.
기후재앙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지만 아직 기후난민은 국제법이 정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 합니다. 난민으로 인정받으면 기초생활보장이나 사회적응교육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있지 만 현재 난민은 1951년 체결된 난민 지위에 관한 유엔협약에 따라 “인종•종교•국적•(특정 사회집단)소속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경 우”에만 지위를 인정받고 있거든요. 최근에 남태평양 키리바시 사람이 최초로 UN에서 기후 난민 자격을 인정받긴 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보호를 받으려면 난민의 국제적 정의 자체가 반드시 바뀌어야 합니다.
기후 정의를 이루기 위한 전세계의 노력도 시급합니다. 기후정의는 에너지 소비 상위 20개 국이 기후변화의 주 원인인 이산화탄소 75%를 배출하고 가난한 나라들이 그 영향을 고스 란히 받는 불평등을 바로 잡자는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