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챗GPT, 커피. 이것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세상에 나오자마자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는 점입니다. 세탁기는 여성을 가사노동에서 일부 해방시켰고(아직 더 해방시켜야 합니다만) 임금 받고 일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습니다.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말해봐야 입만 아플 정도죠. 정보는 쏟아지고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교류하면서 나타나는 변화들을 우리 모두가 느끼고 있으니까요. 위에 나열한 단어들 사이에서 가장 동떨어져 보이는 커피는 어떤가요. 잠들지 않고 깨어있게 도와주는 커피를 통해 사람들의 삶은 보다 고단해졌습니다. 인간에게 커피가 필요하다는 것은 그만큼 쉬지 않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느닷 없이 이런 발명과 인간 삶의 변화 얘기를 늘어놓는 것은 직지심체요절을 만든 ‘인쇄술’이라는 것이 얼마나 혁명적인 것인지를 이야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글만 돌아다니던 시절, 모든 정보와 지식은 가진 자들만의 것이었습니다. 책 한 권을 베끼는데 수 개월이 걸렸으니 책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특권이었겠죠. 그러다 나무에 글자를 새겨 찍어내는 목판 인쇄술, 그리고 금속에 글자를 찍어낸 금속활자 인쇄술까지 이어지면서 지식 교류의 혁명이 일어납니다. 짧은 기간에 더 많은 책을 찍어낼 수 있게 되면서 정보와 지식이 뻗어 나가는 범위는 넓어지고 속도도 빨라지게 된 겁니다. 인쇄술의 발달로 고려 후기, 그리고 조선에 이르러 문예가 꽃피웠고 저 멀리 유럽에서는 혁명을 부추기는 글이 일파만파 퍼지면서 굳건하기만 했던 종교권력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됩니다. 약간의 비약을 더하면 우리에게 선조들이 남긴 뛰어난 문화유산이 있는 것도, 또 모두가 평등하게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것도 모두 인쇄술 덕분입니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 상에서 이번 주 뉴스쿨을 읽어본다면 ‘직지’가 달리 보일 겁니다. 그리고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겁니다. 그런데 직지는 저 멀리 프랑스 땅에 있고 되찾아올 방법은 현재로선 요원합니다. 이번 주 뉴스쿨에선 프랑스로 간 직지의 사연부터, 직지를 만들어낸 옛 선조들의 뛰어난 기술, 직지처럼 우리 곁을 떠난 문화재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았습니다. 부디 직지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피어올라 직지를 되찾아올 작은 힘이 하나씩 보태지기를 바랍니다.